보통 나라들은 국가가 망하면 100년도 안 되어 역사에서 그 흔적이 사라진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나라를 잃고 2500년 이상 뿔뿔이 흩어져 떠돌이 생활을 했음에도 민족적 동질성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탈무드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수석 랍비가 북쪽 마을을 시찰하기 위해 두 랍비를 시찰관으로 보냈다. 두 랍비가 그 마을에 가서 말했다.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좀 물어볼 일이 있소.” 그러자 그 마을의 경찰서장이 나왔다. “아니오.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은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오.” 이번에는 수비대장이 나왔다. 그러자 두 랍비가 말했다. “우리가 만나려고 하는 것은 경찰서장이나 수비대장이 아니라 학교 선생님이란 말이오. 경찰이나 군인은 마을을 파괴할 뿐이오. 교육자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마을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소.”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에 따르면 로마·유대 전쟁 당시 유대인 11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대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는 나라가 망해도 신앙과 말씀이 계승된다면 유대 민족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텔아비브 인근에 율법 학교를 세우고 토라와 탈무드를 가르쳤다. 성경 읽기를 위해 학교를 세우게 된다. 나라 잃은 유대인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도 교육을 통해 언어와 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유대인은 기원전부터 의무교육을 시행한 민족이다. 그런데 초등교육뿐 아니라 율법 학교 등 고등교육에 대한 무상교육도 그 즈음 시작되었다. 이는 기원전 1세기 랍비 힐렐에게서 유래했다. 그는 몹시 가난했다. 하지만 랍비가 되고 싶은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막노동으로 하루 벌어 반은 아내에게 생활비로 주고 반은 율법 학교 수업료로 냈다. 그런데 하루는 한 푼도 벌지 못해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지붕 위 채광창에 엎드려 교실 안을 훔쳐보며 공부하다 그만 잠이 들었다.
그날 밤 눈이 많이 내렸다. 아침에 선생님이 교실이 왜 이렇게 어둡냐며 천장을 보니 채광창을 막고 있는 힐렐의 몸 위에 눈이 1m나 쌓여 있었다. 학생들이 힐렐을 데려다 난로가에서 언 몸을 녹여주었다. 그 뒤 율법 학교도 무상교육이 실시되었다. 이후 힐렐은 최고 율법학자가 되었다. 하루는 이방인이 찾아와 “내가 이렇게 한 발로 서 있는 동안, 율법 내용 전부를 내게 가르쳐 보시오”라고 말하자 힐렐이 서슴없이 답했다. “당신이 당해서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마십시오.” 이른바 ‘황금률’이라 부르는 말씀이다.
서기 66년부터 70년까지 1차 유대-로마 전쟁 당시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는 열심당의 무장투쟁이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통찰력이 뛰어난 그는 유대 전쟁이 결국 대학살로 막을 내리고 유대인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임을 예견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민족의 독립보다는 보존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랍비는 유대 민족이 영원히 살아남는 길을 골똘히 생각한 끝에 자신이 직접 로마군 사령관과 모종의 타협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아무도 예루살렘을 떠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제자들에게 설명하고 함께 탈출 계획을 짰다. 제자들은 길거리로 나가 옷을 찢으며 위대한 랍비 요하난이 흑사병에 걸려 죽었다고 울부짖었다. 그들은 열심당원들에게 스승의 시체를 성 외곽에 매장하여 성 안에 흑사병이 돌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해 허락을 얻어냈다. 제자들은 랍비가 든 관을 메고 성을 빠져나와 로마군 사령관 베스파시아누스 장군 막사에 도착했다.
랍비는 장군을 만나 그가 머지않아 황제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뒤, 황제가 되면 자신들이 유대 경전을 공부할 수 있는 조그만 학교 하나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베스파시아누스는 자기가 황제가 될 것이라는 예언에 내심 놀라며 예언이 이루어지면 호의를 베풀기로 약속했다.
같은 해 로마 황제 네로가 자살했다. 그 뒤 정치 군인 세 명이 왕위에 올랐으나 모두 몇 달 만에 살해되었다. 이때 베스파시아누스를 군대가 황제로 추대했다. 랍비는 당시 로마의 정치적 역학 관계를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69년 황제에 오른 베스파시아누스는 랍비의 예언이 성취된 데 대해 놀라며, 후임 사령관인 아들 ‘티투스’에게 약속을 지키도록 명령했다. 이로써 유대 교육이 소멸 위기에서 살아남게 되었다.
신명기 28장에 기록된 축복과 저주의 말씀은 유대인을 통하여 그대로 현실에서 증명되었다. 불순종의 결과 나라를 잃어버리고 전 세계에 흩어져 민족 말살의 정책의 희생양이 되어 처참한 삶을 살던 그들이 불순종을 회개하고 말씀으로 돌아왔을 때 하나님은 기적을 베푸셨다. 2000년 전에 사라진 나라가 회복된 것이다. 보이는 영토는 잃어버려도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나라를 잃어버리지 않으면 반드시 보이는 나라도 다시 세워지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없는 것도 있게 하시고 있는 것도 없게 하실 수 있는 분이다. 하나님은 있는 것과 없는 것, 되는 것과 안되는 것에 차이가 없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 주신 말씀과 동일한 말씀이다. 창조의 역사는 지금도 변함이 없고 미래에도 변함이 없다. 말씀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요 말씀을 잃지 않으면 아무것도 잃지 않은 것이다. 인류 역사는 그 역사를 세우고 무너뜨리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