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경제학상 시상식. 이스라엘 출신의 한 심리학자가 밝힌 이 수상 소감은 주류 경제학을 뿌리째 뒤흔들었다. 학창 시절에 단 한 번도 경제학 수업을 듣지 않은 심리학자가 사상 처음 주류경제학자들의 ‘텃밭’인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데다가, 아예 ‘인간은 합리적 선택을 하는 존재’라는 주류경제학의 기본 토대 자체가 잘못됐다고 ‘폭탄을 가했다. 주인공은 대니얼 카너먼(Kahneman·78)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지금까지 역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총 69명) 가운데 비(非)경제학자는 4명인데 그중 한명이다. 하지만 그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인다.

인간이 판단하고 선택할 때 얼마나 비합리적일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하는지를 들여다보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창시자이자, 대부이다. 그는 지난 50년 동안 수십 만명의 인원을 실험에 동원해 50여개의 이론을 정립했다. 현대 자본주의의 동맥인 주류 경제학은 ‘인간은 이성적인 노력으로 최대한 똑똑한 결정을 내린다’는 대전제를 깔고 있다. 그러나 카너먼 교수의 결론은 완전히 다르다. 이성이 판단을 지배하기는 커녕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상식 밖의 결정을 하는 성향이 농후하다는 것이다.”인간은 주관에 휘둘려 충동적이며, 집단적으로 똑같이 행동해 자기 과신과 편향에 빠집니다. 

때로는 자신이 보는 대로, 때로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결정하는 존재입니다.” 그가 정립한 ‘합리적 이성이 아니라 감정의 영향으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은 세계적인 행동경제학 열풍을 낳았다. “카너먼 교수 이전에는 행동경제학이란 장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행동경제학’이란 학문의 첫 페이지를 연 대가이다.”

수십 만명 행동 실험 결과 의외로 엉뚱한 결정하는 경향이 큰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암에 걸릴 확률과 테러·지진등의 천재지변의 확률을 물었을 때 낮은 확률의 위험을 높은 확률의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주관적 자신감, 또는 감정이 객관적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빠른 사고는 ‘내가 보는 게 세상(what you see is all there is)의 전부’라는 함정에 빠져 있는 고정관념에 기초한 인간의 두루뭉술한 사고와 편향성에 대해 연구했다. 인간이 모두 비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리성’이라는 개념은 매우 비현실적인 것이다. 

카너먼 교수를 포함한 행동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동원해 주식시장의 거품, 기업의 독단적인 결정, 돈에 눈먼 금융회사의 행태 등을 집중 공격했다. 이들은 합리성으로 포장된 인간의 이면에 숨겨진 비합리성의 허물을 벗겨 내면서 ‘개인은 물론 집단도 비상식적인 판단·결정으로 몰락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사람들은 자신만의 고정관념에 빠져 뭐든지 잘될 거라는 낙관주의와 과도한 자신감에 빠져 있으며 이런 비합리성이 자본주의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기업의 의사결정, 소비자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세계 경제에는 2000년대 초 IT 버블이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거품(bubble)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저자인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의 핵심 논지는 ‘뇌에는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빠른 사고'(fast thinking)와 ‘느린 사고'(slow thinking)이다. 빠른 사고는 감성적이며 직관적으로 즉각 작용하지만, 느린 사고는 천천히 논리적으로 생각과 행동을 통제한다.대부분 사람은 빠른 사고를 하면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문제를 일으킨다.예를 들어 보자. “야구방망이와 야구공을 합쳐 1달러 10센트다. 방망이는 공보다 1달러 더 비싸다. 공의 가격은 얼마인가?”카너먼 교수는 “대부분 사람은 곧장 10센트라고 답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오답(誤答)이다. 공이 10센트이고 방망이가 1달러 더 비싸다면 방망이는 1달러 10센트로 방망이와 공을 합쳐 1달러 20센트가 된다. 결국 공은 5센트가 돼야 방망이(1달러 5센트)를 합쳐 1달러 10센트가 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과학전시관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물었다. “기름 유출에 피해를 본 새들을 구하기 위해 5달러를 기부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방문객들은 평균 20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질문에서 기부금액을 5달러에서 400달러로 높여 보니 사정이 달라졌다. 평균 143달러로 기부금이 확 높아진 것이다. 질문에 제시한 기부 금액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그는 강조한다. “빠른 사고는 결국 ‘당신이 보는 게 세상의 전부(what you see is all there is)’란 함정에 빠지게 된다. 빠르고 사려 깊지 못한 의사결정은 과신(過信)과 낙관주의로 이어진다. 논리적이고 느린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을 알지만, 그걸 하지 않는다. 이득보다 손실의 불만족을 두려워하게 되고, 편향적인 판단을 일삼는다.” 

직관적인 사고의 위험성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틀을 성급히 사실이라 믿어버리는 경향이 커서 자신을 부정하는 걸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스스로 비판적이기가 너무 어렵다. 직관을 거부하고, 자신을 부정하는 일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잘못된 의사결정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에도 방치하는 경향이 높다.”왜 인간은 ‘빠른 사고’에 익숙해졌는가.”사람의 자아에는 기억 자아(remembering self)와 경험 자아(experiencing self)가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과거의 경험을 다양한 각도로 분석해서 판단하지 않고, 기억 자아에만 의존해 내가 하고 싶은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상한다는 점이다. 하나님 없는 인간의 모습을 과학자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