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40대 일본인 디자이너가 쓴 13쪽짜리 이른바 ‘후쿠다 보고서’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삼성그룹의 신(新)경영을 촉발했다. 1993년 보고서를 받아본 이건희 회장은 이류(二流)에 안주하는 경영진에 대해 크게 화를 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에 200여 임원을 모아놓고 2주간 토론과 질책을 했다. 후쿠다 보고서가 삼성의 혁신을 촉발했지만, 그렇다고 당시 직원 15여만명에 달했던 삼성그룹을 바꾼 건 아니다.
신경영 선언 이후, 이 회장은 68일간 독일·스위스·영국·일본을 오가며 임직원 1800여 명과 350여 시간의 회의와 간담회를 했다. 이를 풀어쓰면 A4 용지 8500장에 달한다. 그는 사장단 40여 명과 800시간 이상 토론도 했다. 때론 밤을 새웠다. “불량품은 경영의 범죄 행위”라며 경영진에 독(毒)한 경고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도 조직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그러자 1996년엔 ‘지행(知行)33훈(訓)’이란 행동 지침을 내놨다. ‘지행’은 알고(知), 행동하며(行), 쓸 줄 알고(用), 가르치고(訓), 평가할 줄 아는(評) ‘지행용훈평’의 준말이다. 삼성을 이류에서 일류로, 다시 초일류로 변화시키는 이건희 회장의 혁신은 그만큼 고된 여정이었다.
◇삼성 이류 의식 지적한 후쿠다 보고서 — 1993년 6월 4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이 회장은 교세라 출신인 후쿠다씨와 처음 만났다. 후쿠다씨는 1991~1993년까지 4건의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이 회장은 보고받지 못했다. 보고서는 당시 일류 기업인 소니와 파나소닉을 베끼기에 급급한 이류 기업 삼성과 경영진의 행태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후쿠다 보고서는 삼성의 문제를 ‘디자이너 게이샤론(論)’이라고 표현했다. 게이샤는 한국으로 치면 기생이다. 경영진이 디자이너에게 작은 요구까지 모두 맞춰주길 원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영진에 응하는 삼성 디자이너를 ‘매춘부적’이라고 혹평했다. 후쿠다 보고서는 “상품 전략서도, 기획서도 없고 디자인 결정 방법이 과학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비행기에서 보고서를 수차례 읽었다. 한 전직 삼성 임원은 “이 회장에겐 디자인 전략서가 아닌, 삼성의 고질적인 이류 의식을 꼬집은 보고서였다”고 했다. 보고서는 “삼성 경영진은 상품이 잘 팔리면 영업 수완이고, 안 팔리면 디자인 탓으로 돌린다”고 썼다. 이 회장은 프랑크푸르트의 캠핀스키호텔에서 삼성 경영진 200여 명에게 세탁기 생산라인 녹화 비디오를 보여줬다. 세탁기 문짝이 맞지 않자, 근로자가 깎아 맞추는 모습이었다. 그 자리에서 세탁기 불량에 대해 자기 책임이라는 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삼성병 치유 통한 혁신의 길 — 당시 프랑크푸르트 현장에 있었던 진대제 전 사장은 “이 회장의 메시지는 분명했다”며 “양떼기로 싸게 수출하고 파는 건 집어치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회장은 극약 처방을 써가며 끝까지 변화와 혁신 유전자를 심었고, 삼성은 세계 1위를 노리는 조직으로 변했다”고 했다.
신경영 선언의 상징으로 불량품이 나오면 생산 라인을 중단하는 ‘라인스톱제’라는 강경책을 도입했지만, 불량률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조직 쇄신책으로 오전 7시 출근과 오후 4시 퇴근 제도를 도입했지만, 출근만 오전 7시고 오후 4시엔 퇴근하지 않는 행태가 이어졌다. 최고위급 임원 절반인 120명을 자연도태를 전제로 연수를 보냈지만 대부분 다음 해 복귀했다.
이 회장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1996년 ‘지행33훈’을 내놨다. 혁신의 원칙을 시스템으로 못 박고 밀어붙인 것이다. 지행33훈의 원칙은 점차 뿌리를 내렸고, 불량에 무관용한 삼성의 철학은 소비자에게 먹혔다. 삼성은 2006년 소니를 누르고 TV 세계 1위에 올랐다. 2011년 휴대폰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 내용은 2020년 10월28일의 어느 일간지의 기사이다. 1993년 6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신경영 선포를 취재한 기사 내용이다.
특정 기업뿐 만 아니라 인간의 본능적 심리 가운데 변화를 거부하는 타성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현실에 안주하는 본성이 변화와 개혁에 부정적 반응으로 나타난다. 이 반응과 평생 싸워야 하는 숙제가 모두에게 있다. 이 숙제를 어떻게 얼마나 해결하느냐가 성공과 실패의 관건이 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개혁이 필요한 것은 다 인정한다. 그러나 각자에게 주어진 이 숙제 해결에 당장 착수해야 하는 실제적 요구 앞에서는 머뭇거리는 이율배반과 자기 모순이 있다.
신앙 생활은 그 이상이다. 구원받는 것은 죄인이 의인 되어 죽은 자가 산 자가 되는 혁명적 존재 변화의 사건이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 영적 생명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필연적 과정이 있다. 성화의 과정이다. 지속적 연단을 통하여 혼적 변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영적 단절로 인하여 죽음은 영적 생명이 들어오는 일회적 사건으로 해결되지만
죄로 파괴된 인성은 일회적 사건이 아닌 지속적 변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연단의 지속이 성화의 과정이다. 세상의 변화는 성화되어가는 한 영혼 한 영혼에 의하여 가능해진다.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성화되는 변화의 사람들인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변화를 통하여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는 하나님의 명령에 의한 책임이 있다.
